4대강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위해.. 정부 사업내용 짜맞추기

이인숙 기자 2010. 10.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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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예산 등 비용 축소 가공결국 '엉터리 검증' 드러나

정부가 자전거도로와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4대강 사업 여러 구간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위해 임의로 사업 내용을 짜맞추기 한 사실이 7일 밝혀졌다. 가로등 등의 지자체 부담 비용이나 치수부문 예산을 제외하는 식으로 사업비를 축소 가공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실이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 드러났다. 가뜩이나 편법을 동원해 4대강 사업의 대부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상황에서, 나머지 사업들마저 이러한 짜맞추기를 통해 타당성 검증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4대강 사업 9곳의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낙동강 자전거도로 사업은 총사업비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나눠 부담하는 배수로·안전표지판·가로등·주차시설 등의 비용을 모두 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경제성 분석에서 중요한 변수인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운영지침'은 총사업비에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 부담을 모두 넣도록 돼 있다.

KDI는 보고서에서 배수로 비용을 포함할 경우 사업비가 943억원에서 2357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적었다.

이렇게 되면 B/C(비용 대 편익)는 0.94에서 0.48로 떨어진다.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 기준(1.0)에 한참 못미친다.

이 사업은 결국 B/C에 지역 낙후도 등 정책적 고려를 반영한 AHP(계층화분석법)에서 기준 0.5를 간신히 넘긴 0.58을 받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비용을 제대로 계산했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국토해양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당초 본계획에 있던 생태하천 사업의 치수 부문 사업비를 총사업비에서 빼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낙동강 금호지구 생태하천 사업의 경우 치수 부문 사업이 빠지면서 총 사업비는 165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로 이 사업은 B/C 1.076, AHP 0.579를 받아 '턱걸이'로 통과했다.

KDI는 낙동강 감전·엄궁지구 생태하천조성사업 보고서에서는 "반대로 감전·엄궁 지구는 치수사업비를 뺀 금호지구와 달리 치수사업을 포함시켜 총사업비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수질·악취 등으로 환경이 가장 열악한 감전천이 정비되는 것으로 조사해야 사업 편익이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4대강 사업 중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진 규모 500억원 이상의 사업은 9곳(12%)뿐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예방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하면서 보·준설 등 핵심 사업이 모두 빠졌고, 나머지 지역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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