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아이들, 질병 잘 걸린다
부모의 보살핌 아래 유기농 채소를 먹는 부유층 아이와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빈곤층 아이. 이들의 격차는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과잉행동장애(ADHD), 아토피, 천식 발병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3개 질병 발병률은 고소득층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7일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를 분석, 공개한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역건보 가입가구를 기준으로 지난해 ADHD 환자 발생률은 고소득층(보험 납부액 상위 50만가구)이 10만명당 126.2명인 데 비해, 저소득층(의료급여 수급가구)은 10만명당 254.8명으로 집계됐다. 공단에 따르면 ADHD 환자의 98%는 19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이다.
아토피 환자와 천식 환자의 어린이 및 청소년 비율은 각각 70.7%와 48.7%이다.
고소득층의 ADHD 환자는 2007년 131.4명에서 2009년 126.2명으로 4%가량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저소득층은 50%가량 증가했다. 빈곤가정일수록 어린이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이 큰 데다 경제 사정 때문에 치료를 늦게 시작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최근 관내 초등학생 12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빈곤층 어린이의 ADHD 발생률이 고소득층 어린이보다 2배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와 천식도 저소득층 어린이의 발병률이 고소득층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고소득층의 아토피 환자 수는 10만명당 1714.1명이었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10만명당 3629.9명이었다.
천식 역시 고소득층은 10만명당 4118.1명이 걸리는 데 비해 저소득층은 10만명당 8057.4명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대 예방의학과 손미아 교수는 "천식과 아토피 등은 면역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라며 "빈곤 아동은 끼니를 챙겨줄 부모가 없어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는 데다, 가격이 싼 대신 질 낮은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이것이 장기간 쌓이면서 면역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3개 질병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예산은 2009년 2억2500만원에서 2010년 1억500만원으로 줄었다.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ADHD 예산이 전혀 없는 곳도 11곳에 이른다.
권영길 의원은 "빈곤 아동의 질병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부의 아동청소년 질환 대책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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