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으로 투자해 100억 날리곤, 사학 봐달라고?"

입력 2010. 10. 7. 19:43 수정 2010. 10. 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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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7일 국회 교과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일부 사립대학교가 학생들이 낸 등록금 등으로 구성된 학교 적립금을 주식·펀드에 투자해 100억 원 대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대학은 손실액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까지 해 사립대학의 도덕성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11개 사립대학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포함된 학교 적립금으로 주식·펀드에 투자해 총 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며 "사립대학이 과연 자기들 돈이었다면 이렇게 투자를 했겠느냐"고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려대학교 총장) 회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24개 대학은 주식·펀드·금융 파생상품 등에 총 2453억 원을 투자했다. 이중 아주대·부산외대·선문대·부산신학대·위덕대·대전대·숭실대·서강대·한일장신대·한국성서대·대구가톨릭대 등 11개 대학은 총 124억 60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한 사립대는 아주대로, 2010년 기준으로 증권·펀드에 213억 원을 투자해 54억 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아주대는 대학의 주식·펀드 투자가 허용된 2007년 12월 이전부터 약 118억 원을 불법으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아주대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 제출한 결산보고서와 다르게 분식회계를 해 평가손실을 감춘 채 학교 구성원들에게 공시했다.

"학생들 평가 자료는'영업비밀'...사과 할 일 없다"

이에 대해 이상민 의원은 "아주대의 불법적이고 무모한 투자는 대학들의 적립금 주식·펀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사립대학의 적립금이 7조 원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이를 법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대학 재정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대교협에 규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기수 대교협 회장은 "어려운 사립대 사정을 좀 봐달라"고 답해 야당의원들의 강한 질책을 받았다.

이상민 의원은 "불법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거액의 손실을 본 사립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어떻게 '사정을 좀 봐달라'고 답할 수가 있느냐"며 "대교협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결국 이기수 회장은 "대답을 잘 못했다,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사과와 정정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 이 회장의 '부적절한 답변'은 몇 차례 반복됐다.

오전 국감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고려대가 3불정책(본고사, 기여입학, 고교등급제)을 흔들고, 실제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의혹이 있다"며 "학생들을 평가한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느냐"고 이 회장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영업비밀이라 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대학이 일반 회사인가, 무슨 영업비밀이 있느냐"고 질책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고려대는 고교등급제 관련 창원지법 재판에서 일부 유죄를 받았다"며 "대교협 회장으로서 신뢰를 잃은 것이니 사퇴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은 입시부정을 저질러 법원 1심에서 일부 유죄를 받은 범법을 저질로 놓고도 국감장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린 사람으로서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잘못한 게 없어 사과할 뜻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 회장은 외부 행사 참여를 이유로 오후 5시 50분께 국감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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