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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내 인생에서 독서란 어떤 의미인가?

여하튼 난 책 장사다.
책을 파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아내도 이 책방, 조금은 거대한 책방에서 함께 장사를 하다 만났다.

물론 내 아내는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 혹은 클레임을 제기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들과 부대끼면서 책을 10여년 넘게 팔아왔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월드컵이 열리던 해 입사해서 현재까지 햇수로 8년을 근무해왔지만 내가 나의 피부와 느낌으로 책을 팔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아 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 앉아 손익을 맞추고, 신규영업점 오픈에 대한 타당한 논리를 전개하고자 숫자들의 나래비를 세우는 일, 인터넷과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존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저지르는 일 따위를 장표라는 것을 통해 표현하면서 서점이라는 냄새, 책의 향기를 잊고 지내왔던 것 같다.

난 결코 초등학교 6학년을 넘기고 나서는 책을 좋아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책이 더 이상 나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책은 나와 씨름을 해야 할 적이었고 상대였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점까지 책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학창시절에 책에 대한 애착이 있지 않았던 것은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인생의 조금은 불행이자 아쉬움이 아닌가 한다.

그러던 내가 책을 파는 사람이 된다고 나서자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무척이나 반가워하셨다.

모범적이고 가정적인 우리 가정은 전형적인 기독교 가정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기반의 가정이 그렇듯이
bible,즉 성경의 어원인 책(biblio)을 기반으로 한 직업을 갖는 것은 반길 일이었다.

우리 팀에 후배들도 거의 입사를 하면 책이라는 것을 취급하는 사람으로서 집안에서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고급스러운 인지, 혹은 인문학적인 배경효과를 누리게 되는 듯 하다.

사실 책도 알고 보면 유통이다. 유통업이라는 業의 행태는 그리 고급스럽지 못하다. 출판유통도 사실 무늬만 교육적이고 건강해보일 뿐 본질은 유통이나 다를 바가 없다.

뭐 각설하고...

회사에 입사하는 시점인 20대 중반까지 15년간 책은 내 인생에서 일종의 공구였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도구라고 해야 하나?

책을 팔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그 전까지 별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책들을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예전의 습성을 살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보게 되었지만, 입사 3년 정도가 지나가면서 책을 읽는데 다소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내가 읽고 싶은 책도 조금씩 골라보게 되고,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는 외우거나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30대가 넘어가자 책을 고르는 취향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업무지식을 얻기 위한 경제경영서 일색이었던 것이 일관된 언어 속의 지리함을 벗어 던지기 위해 흥미위주의 소설로 변하게 되었다.

즉, 일단의 읽는 재미는 느끼기 시작했다.
그냥 읽는 재미라고 해야 할까? 남들이 누렸던 무협지 읽는 재미를 나도 느낄 수가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친구들이 만화나 무협지를 왜 그렇게 재미나게 읽었는지 난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 나도 느낄 수 있다는 반가움이 너무나 기뻤다.

추석명절에 외갓집 작은 방 한 켠에 만화책이랑 무협지를 쌓아놓고 무섭게 웃으며 읽어대던 이모부의 느낌을 나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책을 심심하게 재미나게 읽어내며 와신상담 같은 책들을 읽어내다 보니, 
20대 중반의 회사 내 나름 열혈 청년을 자처하던 나는 이제 30대 중반의 경력사원이 되어가고 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이제 나도 아저씨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의 느낌은 뭐랄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궁금해지고 있다.

자연스레 책도 인문과 시사에 관련된 책을 많이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을 알고 싶어 타인의 생각에 대한 책을 느끼면서 보고 있다.

아직 많은 길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있어 독서의 의미, 즉 책을 본다는 것의 의미가 나를 키워가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나의 생각을 키워하는 일.. 뭐 꼭 키워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인생의 관점을 다양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나의 생각에서 독서는 나의 흥미로운 생각을 돕는 나의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처음에는 나에게 상대해야 할 싸움의 대상이었지만,
내 인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되었고,
내가 남들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의 지릿대나 다리가 되었다가
이제는 내가 인생의 참 맛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을 파는 사람으로서 
책의 진정한 맛을 언제쯤 느낄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독서는 내가 평생 해야 할 나와 함께 가는 길이 될 듯 하다....

책을 잘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다. 책을 잘 본다. 좋은 책을 잘 보는 사람..
좋은 독서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독서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