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꿀벅지? 집단관음증에 소름끼친다"

2010. 7.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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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가수 이은미씨가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 연습실에서 < 오마이뉴스 > 와 한 인터뷰 중 최근 김미화씨가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KBS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 "이 정권 자체가 예측 가능한 정권 아닌가"라며 "나도 늘 쇼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람이라면 불이익을 당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 유성호

"기자나 평론가들이 제발 내 이름 빌려 문제제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 뒤에 숨지 말라고 하는데도 나중에 보면 꼭 내 뒤에 숨더라. 이건 사담이니 기사화하지 마세요, 해도 꼭 쓴다. 오죽하면 내가 직무유기로 다 고소한다고 했었다.

기자가 해야 할 본분이 무엇인가. 기자 노릇하며 밥 먹고 살겠다고 했으면 누구를 비난할 때 뒤로 숨지 말고 어떤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한국사회가 그런 정의로움을 요구하지 않다보니 자꾸 뒤로 숨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역시, 셌다. 여러 인터뷰가 강조했듯이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피하지 않고 뱉어냈다. 연예인의 사회참여, 이효리 표절, 블랙리스트 파문까지 얘기하자고 운을 떼니 바로 직격탄이 떨어졌다. 가요계의 독설가, 별호를 달 만했다.

키 170센티미터에 발 245밀리미터, 몸무게는 묻지 않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고무신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볼 좁은 발, 참 고왔다.

맨발의 디바, 라이브의 여왕 이은미(45). 지난 12일 서울 합정동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10년 전부터 사용해왔다는 그의 연습실엔 건반, 드럼, 기타 등의 악기들이 마치 오랜 세월 집안에 배치돼 있던 가구들처럼 각자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벽면엔 긴 세월을 지나온 앨범들이 전시돼 있었고, 그 시절 함께 촬영한 포스터들도 걸려 있었다. 데뷔 21년의 기록이 파노라마처럼 장식돼 있다고 해야 할까.

이은미와 나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앉았다. 나는 소파에, 그는 의자에. 노트북을 의자 위에 펴놓고 자판을 두들기며 그의 말을 기록했고, 그는 각진 의자에 앉아 내가 묻는 말에 대답했다. 편안한 인터뷰가 되기를 바랐는데, 형사와 피의자처럼 묻고 답하는 식이 돼버렸다.

"과시용으로 문화예술회관 짓다보니 콘텐츠 대신 건물 유지보수에 예산 쓰여"

"나는 평소 내 몸이 악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악기를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가끔 내 재능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절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 유성호

- 한국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기록 경신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작한 < 소리 위를 걷다 > 투어콘서트는 무려 2년에 걸쳐 70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장정이다. 어디까지 왔나.

"서울 공연까지 끝냈으니 이제 49개 도시를 돌았다. 17일 부산 공연을 하고나면 50개 도시를 채우게 된다. 3분의 2 정도? 해낸 셈이다."

- 쉽지 않은 일 같다. "솔직히 힘들다. (웃음) 콘서트를 하면 우선 체력적으로 참 힘들다. 더 힘든 건 매주 만나는 관객들은 몇 개월씩 기다려 이은미를 만나는 것이지만, 나는 같은 포맷의 공연을 매주 하는 거다. 음 그러니까... 무언가 꽉 채운 다음에 비우고, 또 꽉 채운 뒤에 비워주고, 이래야 하는데, 1주일이라는 시간은 뭔가를 꽉 채우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1주일 만에 다 비워내고 다시 꺼낸다는 게 쉽지 않다. 버겁다. 그런데도 역시 고비들이 올 때마다 스태프들이 기가 막힌 연주를 해주면 공중부양 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아, 그래, 맞아, 이거였지... 천상 이거(가수) 하게 태어났나 보다. 하하."

- 일종의 팔자론? "하하. 그렇다. 사실은 음반 < 소리 위를 걷다 > 를 내기 전 2년 6개월 정도 노래 못할 뻔했다. 또 '애인 있어요' 나오기 전에도 3년간 공백기가 있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기꺼이 받아주는 팬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게 다 내 능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벗어나려고 했을 때도 있었고, 또 안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또다시 오게 되고, 이런 과정이 정말 드라마틱하다. 기어이 이 직업이 나의 운명이라면 노래를 좋은 동반자로 잘 다독이며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대중에게 항상 사랑받는 가수가 왜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을까. 직장인도 아닌데. "새롭게 뭘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이 다 그럴 것 같은데, 음... 뭐랄까. 어쨌든, 목소리로 뭔가 해내는 일도 새로운 창작 작업이기 때문에 수월하지는 않다. 나는 평소 내 몸이 악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악기를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래 묵어서 낡은 소리가 아닌 명기의 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가끔 내 재능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절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을 구석구석 다니며 공연하고 있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됐나. "충남 태안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아주 긴 편지였는데, 핵심은 태안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어? 태안에도 극장이 있어? 공연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러곤 정말 공연을 했다. 잘 끝났다. 태안군 홈페이지가 칭찬글로 도배될 정도로. 그 뒤로 대한민국 지자체별로 체육관이나 컨퍼런스홀이 아닌 문화예술회관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고, 140개가 있다는 걸 확인한 뒤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 공연문화도 대도시 중심이기 때문에 문화예술회관 사정이 썩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과시용으로 짓다보니 문화예술회관 건물은 좋다. 그런데 워낙 빤한 지역예산에, 더군다나 문화예술예산은 더 형편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문화예술회관 예산을 모두 시설 관리하는 데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문화예술회관의 콘텐츠와 관련된 예산보다는 건물을 유지보수, 관리하는 데 돈을 쓰는 게다. 지역민이 쓰기에는 지나치게 큰 건물들이지만, 그래도 뭐 제대로 잘 활용하면 쓸모가 있고, 또 대중음악인들에겐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했다. 대중음악가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닌가."

- 힘들지만 계속 하는 까닭은 사명감 때문인가. "정말 사명감을 갖고 해보는 일이다. 전국의 140개 문화예술회관에서 모두 공연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다 소화하고 싶다. 문화적 갈증에 시달리던 관객들은 이은미가 그 마음 알아주니 고마울 테고, 이은미는 그들과 함께하니 즐거운 것이고,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극장들이 알고 보면 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문화작업이 이뤄진다면 멋진 일 아닌가."

- 그래서 '문화혁명'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건가. "대통령 내외분을 초대합니다. 문화관광부 장관님을 초대합니다. 좋은 자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내외분과 문화관광부 장관님의 자리는 항상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오셔서 현 대중문화의 위치를 확인하십시오. 그 포스터 맞다, 빨간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

개인적으로 무수한 공연을 했지만 단일공연으로는 최장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공연이기 때문에 나에게도 퍽 의미가 깊다. 이 공연을 할 때 가급적 체육시설과 컨벤션홀 같은 회의실은 배제한다.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을 문화예술회관답게 제대로 운영하는 것을 해 보겠다, 이런 의도가 깔려 있다."

가수 현영이 차라리 솔직한 까닭

- 요즘 공연장의 트렌드는 어떤가. 이은미 공연엔 10대가 별로 없지 않은가."부모님이 14세, 15세 되는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또 60~70대 부모님을 모셔오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애인 있어요' 이후 자기들끼리 공연장에 찾아오는 10대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하하.

또 이 노래가 어떤 교본처럼 돼서 오디션용으로 직접 들으러 오는 친구들도 있다. 10대의 특징은 공연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관심 있는 노래가 나올 땐 눈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관심 없는 노래가 나오면 하품한다. 가끔은 난처하다. 모든 세대를 다 커버하는 음악들로 어떻게 공연을 짜야 하나. 후훗."

- 40대가 주 관객인가. "30대. 아 인생, 내 뜻대로 안 되는구나, 이런 게 삶이구나, 뭐 이런 걸 느끼신 분들. 이은미의 목소리가 살면서 받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껴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

- 2008년 6월 MBC < 무릎팍도사 > 에 출연해 '립싱크 하는 가수는 립싱커'라 불러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요즘 가요계는 어떻게 보나. "더 거론할 가치가 있나. 상업적인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하는 일인데.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그런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차라리 현영 같은 친구는 스스로 돈 벌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차라리 솔직한 표현 같다."

- 이효리씨가 최근 발표한 정규 4집이 표절 파문에 휩싸였다. "가요를 담당하는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말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가 문제가 크게 불거지니 그때서야 얘기를 한다. 이미 음원은 다 팔아서 수익은 다 챙긴 뒤의 일이다. 뭔가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가는 것 같다."

-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표절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작곡가인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면 그들이 다시는 그런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들의 작품은 시장에서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다. 가장 중요한 건 양심의 문제다. 표절은 시작 때부터 제작자도, 본인도, 노래를 부른 가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제작자가 원해서 그 음악을 부른 가수도 이미 표절이라는 걸 알면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물론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 이효리 말고도 MC몽, 손담비, 장윤정 등등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표절에 대한 어떤 규정도 없다. 저작권협회에서 갖고 있는 규정을 보면 몇 소절 이상이면 표절? 창작 작업과 관련해 표절을 구분하는 잣대도 애매하다. 스스로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또 하나, 표절한 사람을 쉽게 용서하는 문화가 있다. 인기가 있는 사람이니 쉽게 비난할 수 없는 부분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기 있고 돈 잘 벌면 '장땡' 아닌가.

남의 걸 베끼는 행위는 나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면 함부로 표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의 작업을 훔치는 사람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고 본다. 별로 규제가 없으니 계속 반복되는 거라고 본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한국의 이중잣대가 있다. 어떤 사람은 미국 국적 때문에 한국에 다시는 올 수 없는 역적 취급을 받고, 또 어떤 사람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했는데도 버젓이 활동한다. 표절했어도 활동 중단하고 안 나오면 그만인 걸로 되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유연한 잣대를 대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참 복잡한 프리즘을 갖고 있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이효리 표절 사건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현실

"누구나 스타가 되고 싶어 하고 쇼엔터테인먼트산업의 권력은 그런 걸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그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본다. 슬프지만 그건 현실이다."

ⓒ 유성호

-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후배가수들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자기 음악을 알릴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런 호소도 했는데. 가수, 연기자, 코미디언 경계가 무너지고 돈이 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만 번성하는 게 아닌가. "제일 답답해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빠르다. 대중이 음악을 흡수하고 소화하는 능력도 빠르지만, 굉장히 빨리 지루해한다. 대중의 취향에 맞추고 따라가다 보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힌다. 아마 기본과 상관없이 활동해도 용납이 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뿐일 게다. 10대 어린아이들이 팀을 이뤄 음악계의 파워를 나타내는 나라도 여기뿐일 게다. 쇼 오락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다는 일본도 10대 걸그룹들이 이렇게 많지는 않을 게다."

-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보나. "걱정이 앞선다. 청소년이면 아직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의 나이다. 사회인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하는 나이이고. 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걸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모든 걸 반납하고 스타의 길을 걷는다. 그들의 20대, 30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 아이가 우리 조카라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도록 그냥 내버려두겠나. 미성년자들에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히고 무방비 상태로 우상화하는 방법이 옳은가. 개념 없는 어른들이 이른바 '삼촌팬' 운운하며,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이런 춤을 추니 너 참 섹시하다, 이렇게 말하는 게 옳은가. 아니 그런 말이 나오나?

아동성추행범과 뭐가 다를까. 걸그룹 아이들은 공인된 작업을 거쳐 나오는 선수들이니까 괜찮다? 이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음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소름끼친다. 초등학교 졸업한 지 3년 된 아이에게 꿀벅지? 꿀벅군? 무섭다. 이게 다 어른들이 붙인 별명이다. 도무지 양심불량의 끝이 어딘지 정말... 정말 슬픈 한국의 자화상이다."

- 장자연씨가 성접대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떻게 봤나. "전 세계 쇼엔터테인먼트산업은 그런 것 같다. 누구나 스타가 되고 싶어 하고 쇼엔터테인먼트산업의 권력은 그런 걸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그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본다. 슬프지만 그건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예측 가능한 정권이다"

- 최근 김미화씨가 KBS와 블랙리스트 파문에 휩싸였다. 김제동씨로부터 시작된 '출연 금지' 때문인데 혹시 이은미씨도 앨범 발표 뒤 출연 자제 요청 같은 걸 받은 바 있나. "하하하. 그거 질문할 줄 알았다. 그런데 뭐... (한참 말문을 닫았다가) 이 정권 자체가 예측 가능한 정권 아닌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김미화씨가 아무 일 없었는데 그랬다고 그럴까. 그런데 참 재밌다. 이명박 정부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정권이다. 누군가 어떤 파문에 휩싸이면, 친구들끼리 '이거 곧 그만두겠는데' 이러면 정말 그만두게 되더라. 나 또한 느끼지 못했지만, 내가 늘 쇼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람이라면 불이익을 당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나는 늘 나가던 사람이 아니므로 그런 불이익에선 오히려 자유로운가. 하하."

- 소셜테이너라는 말이 있다. 이은미씨에게 붙는 별칭으로 어떤가. "칭찬일 수도 있고 족쇄일 수도 있다. 본인이 원치 않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나는 대중음악가다. 대중이 찾아주지 않으면 존재 이유나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받는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중음악인이므로 음악으로만 소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2008년 10월 YTN 해직기자들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이런 공연 무대에 올랐다고 피해를 좀 보면 어떤가,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시각에서 본 이명박 정부, 어떤가. "국민을 계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 국민은 무언가를 가르쳐서 알려주는 대상이 아닌데 자꾸 거기서 출발하려고 든다. 놀라운 점도 있다. 한국사회는 되게 종잡을 수 없는 사회라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면, 상당히 놀랍다. 아니, 이들은 그동안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거지?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침묵하는 다수가 있구나, 그들의 힘은 대단하다, 뭐 이런 걸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의 건전성이 남아 있네, 재밌다, 이런 생각을 한다."

-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다. 조언을 한다면. "슈퍼스타K 예선에 200만 명이 몰렸다고 들었다. 한마디 조언한다면, 가수는 생각만큼 절대 화려한 미래가 보장되는 일이 아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르는 가운데 적당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안 된다. 실제로 많은 가수들이 거의 수입이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투잡, 쓰리잡 안 하면, 악기를 살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환상으로 덤벼들 일이 아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그 나이에 해야 할 많은 일들을 포기하면서 선택한다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우선 음악인이 될 것인지, 연예인이 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음악인이 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 참 힘들다. 나도 똑바로 못 살고 있기 때문에.

그나저나, 전 인구의 반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니 참 큰일이다. 나는 되게 운이 좋았고 우연히 가수가 됐다. 흥얼거리는 내 노랫소리를 들은 선배가 권유했고, 2년 반 뒤에 이 길을 걷게 됐다."

인구의 절반이 연예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회

맨발의 디바는 '특수학교 교사'가 꿈이었다고 했다. "후회는 안 되지만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때는 이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 유성호

- 원래는 뭘 하려고 했었나. "특수학교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단국대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돼 버렸다. 우연히 이렇게 됐는데, 재능이 있었던지 금방 사람들 눈에 띄었고, 내 파란만장한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 후회는 안 되는데,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때는 이 일은 하고 싶지 않다."

- 왜? "버겁다. 원래 성격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썩 즐기지 않는데, 노출돼 있는 직업을 갖다보니 버거운 게 참 많다. 결과적으로는 재능의 한계다. 더 잘하고 싶은데 바닥은 보이고,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늘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니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힘들다. 이런 팽팽한 긴장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가수가 연예인이 되기 위한 도구로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싫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일단 가수로 출발했다가, 조금 뜨면 드라마를 통해 배우가 되고, CF 스타, 빅 스타의 순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음악 작업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러니 가수가 평가절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게 진지하게 이 직업을 갖고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 '애인 있어요'는 국민가요다. 고 최진실씨도 이 노래를 애창했었다고 들었다. 참, 최진실씨와 마찬가지로 최근 박용하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직업의 특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알몸으로 쇼윈도에 전시된 기분이랄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속으로 아파하는 이들이 더 많을 텐데... 걱정이다. OECD 국가 중 우리가 자살률 최고라는데 정말 걱정이다."

인터뷰가 끝났다. 뭔가 더 얘기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센 발언을 자제했다. '예측 가능한 정권'과 붙어 승산 없는 게임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혔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앞으로 활동계획을 물었다. 새 음반은 냈는데 방송을 통해 새 노래를 전하지 못해 틈틈이 방송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던 중에 그의 노랫말이 귓가에 울렸다.

"그래 눈치 보지 않고 누가 뭐래도 내 할 말은 해야겠어 모두 이리 나와 숨지 말고 나처럼 자유롭게" - < 소리 위를 걷다2 > 에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 [☞ 오마이 블로그][☞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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