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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정의란 무엇인가] 이 시대의 정의를 논하는 지적유희

정의란무엇인가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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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을 나도 짚어 들었다.
마이클 센델 교수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렇게 어려운 책이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는지 궁금했다.

정의라는 제목이 제일 궁금했다.
이 시대에 정의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돈이라는 것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진정으로 우리가 찾고 있는 정의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어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첫머리는 옳은 일이란 무엇인가를 논하는 화두를 던짐으로 시작한다. 행복이라는 것. 정의라는 단어의 구성요소로서 공통적으로 논해지는 세 가지 요소인 행복, 자유, 그리고 미덕이라는 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현실에서 실제하고 있는가를 화두로 던진다.
간단하게나마 화두를 던진 저자는 강연을 하는 교수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청중?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자들에게 문제를 던진다. 결코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난제들 말이다.

-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받고자 하는 이라크전 상의군인 소송
-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으로 인센티브를 받은 고위임원들에 대한 분노
- 철로를 달리는 전차를 막기 위해 치뤄야 하는 타자의 희생

이 책은 저자가 내높은 문제들을 역사적으로 정의를 논해왔던 중요한 철학자들의 소위 말하는 주의를 가지고 관점에서 풀어낸다.
 
첫번째 관점은 공리주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많은 사람들 혹은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켜야 하는 것이 과연 정의라고 볼 수 있는가.
공리주의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동일하게 계량한다는 무리한 계량화의 문제와 결코 배격해서는 안되는 소수의 인권문제를 무시하는 점. 이 점이 공리주의의 무리수이다. 벤담의 공리주의를 바로 잡기 위해 존 스튜어드 밀같은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보정작업을 진행하였으나 공리주의는 역시 공리주의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관점은 자유주의이다. 자유주의는 개인화로 치닫고 있는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세상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는 가장 대중화된 신념체계이다. 대가족에서 소가족, 이제는 개인에게 테두리를 치고 살아가는 단위화된 엔크로저 운동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최소의 국가를 지향하고 자본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계량화하는 자유. 이는 이제 자유라는 단어의 정의를 넘어서 끝을 모르고 확장 일로로 치닫고 있다. 자유라는 정의를 잃어버린 단어로서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 말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엠마누엘 칸트는 이 점을 지적했다. 개인 행복 극대화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정의란 말인가, 올바른 일이란 말인가. 칸트는 이는 아니라고 말한다. 칸트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 곧 올바른 것은 도덕적인 동기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언명령 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동기가 되는 도덕적인 기반 위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이 곧 자유이자 정의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칸트는 다소 명명백백하지 못하다. 올바르지 못한 행위에 대해 올바른 동기를 애매하게 적용함으로서 회피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칸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꼭 논리를 가지고 정치하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던 책은 개인 자유 극대화를 논하는 반대편의 관점에서 평등을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존 롤스다. 평등이다. 진정한 평등이 존재하는가. 세상에는 시작부터 완벽한 평등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학교 성적이 같다고 동일한 이미지와 평등한 관점에서 대중 앞에서 설 수 있는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내용은 공식적으로는 성적이겠지만, 생김새와 가정환경등의 불평등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현재에 와서는 입학과정의 인종별 학생 할당 과정에서 일어나는 역차별의 문제 또한 불평등으로서 분명히 현실에 존재한다. 이러한 불평등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다시금 봉착한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논하면서 그 목적성을 근본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대학의 정의인 목적은 학문을 수학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인종별 할당들과 상관없이 가장 수학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치의 목적은 공동의 선을 이루기 위한 것이므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 정의는 곧 목적이자 정치이다라고 주장한다. 정치를 행동으로 습성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동의 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조상의 죄에 대한 공동의 책임에 대한 문제로 논의는 번진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전쟁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책임은 조상이나 과거의 인물들에게 있는 것이므로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의 정의담론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국가나 조직의 연계성, 공동체의 체제성은 그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공동의 선, 그리고 국가나 조직들의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기반 위에서 정의를 찾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주장으로 책의 마지막을 매듭짓는다.

이러한 롤 모델로서 존 F 케네디와 오바마대통령을 지지한 저자는 시민 의식과 희생, 봉사를 통해 공동의 선을 이루고 정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의 행동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도덕적 기반 없이 계량화된 측정으로 그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고 시민의 미덕과 연대를 위해 도덕에 기반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에야 비로서 저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 책을 통한 강연을 마치고 있다.

보통 강의를 들으면 처음에는 어려운 질문들을 선생님에게 받게 된다. 그리고 대화와 강의 속에서 사고의 시간을 거쳐 강의의 막바지에는 지식을 얻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이 프로세스를 마이클 센델 교수가 도덕적 딜레마를 던져가며 절묘하게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결코 단순하게 마무리할 수 없는 질문들에 조금은 난해하고 조금은 수수께끼같은 답답함을 인내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마무리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하는 점은 확고하다.

이 시대의 정의는 결코 한 사람이 주장하는 철학 이론이나 단일화된 계량 측정으로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식과 시민 정신, 그리고 희생과 봉사를 통해 정치 담론화되고 이 논의들이 대중들에게 무르익어가면서 도덕적으로 성숙되었을 때 비로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진정한 양서이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강추~!!


정의란 무엇인가 - 10점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