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복원 '속도전' 강압..현장 작업자들 "부실 우려"

2010. 7. 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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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15 G20 앞두고 공기 단축

관아 지붕 편법 복원도 논란

정부가 2007년부터 복원공사 중인 서울 광화문 완공 시점을 올 12월에서 9월로 앞당긴데 이어 최근 또다시 7월말까지 공기를 다시 단축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사현장에서는 촉박한 공기에 맞추려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전통 건축 공정이 무시되거나 공법이 편법 적용됐다며 부실 복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오는 8월15일 광화문 주요 건물들을 완공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11월)를 위해 공기를 3개월 앞당긴바 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궁장(궁궐의 담),어도 등 일부 공사는 계속하지만, 주요 권역은 8월 중순까지 정비를 끝내고 공개될 것"이라며 "완공 시점을 앞당긴다기보다 8·15를 계기로 온전히 복원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복원 현장에는 지난 5월부터 문화재청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와 기본 공정을 6~7월 반드시 끝내라는 지시와 독려를 거듭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광화문 양 옆에 붙는 궁장의 부실 공사 논란이다. 공기에 쫓겨 궁장과 딸림 건물 등에 들어갈 기와 공사를, 충분한 시간 여유 없이 강행해왔다는 것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궁장 안에 생석회 마사토를 섞은 강회를 다져서 넣고 굳힌 뒤 기와를 덮는데, 최소 1~2주는 필요한 양생(건조) 기간을 무시하고 수일만에 덮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전했다. 강회의 습기가 덜 빠진 상태에서 기와를 이으면, 1~2년 뒤 아래 나무 부재들이 상하게 되어 붕괴 등 구조 안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장마철인 요즘은 강회 다짐이 마르는데 최소한 2주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대 8m를 넘는 궁장의 벽체도 6월초부터 구역을 갈라 단번에 급하게 높이를 올려 쌓는 경우가 잦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통 공법에서 궁장은 여러 구역별로 쌓는 높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천천히 올리는 게 원칙이다.

광화문 문루 뒤의 위병소격인 수문장청, 영군직소 등 딸림 관아 건물도 지붕 부분을 원 설계 도면과 다르게 편법 복원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고증된 원래 설계도면에는 서까래 위에 '산자'라는 대나무 발을 깔고 강회다짐을 발라 지붕을 잇도록 했으나, 문화재청은 최근 자문회의 없이 개판(나무 판대기)을 까는 공법으로 설계 내용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고건축계는 "양생 기간이 긴 산자 공법을 피하고 작업 시간이 훨씬 덜 걸리는 개판을 깐 것은 명백히 공기를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사장의 한 관계자는 "역대 문화재 공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다섯달이나 공기를 깎은 건 전례가 없다"며 "무리한 공기 단축은 콘크리트 광화문의 원형을 되찾자는 본래 복원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쪽은 "기와 양생 기간은 공사 감리단에서 철저히 주지시키고 있고, 지붕 공법 변경은 신응수씨 등 일부 고건축 전문가들이 효율적이라고 자문해서 따른 것"이라며 "이상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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